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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utloztdh72335 작성일18-07-12 13:11 조회2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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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는 숨이 떨어지는 순간부터 부패가 시작되기 때문에 육지에선 날 것으로 먹을 수 없다. 뱃전에 기대 앉아 막소주 한 잔에 고등어 쌈이라. 생각만 해도 육관肉管악기의 나팔격인 입술을 타고 푸른 휘파람이 터져 나온다. 오! 홧 아 원더풀 월드 날리며, 손등으로 굵은 눈물을 닦습니다. 그녀는 평수가 조금 더 넓은 아파트로 향했다. 주인은 중후한 분위기의 중년 신사였다. 고풍스런 가구들로 방을 가득 채운 살림은 생활이 여유로웠음을 짐작하게 했다. 숨죽인 공간에 ‘윙’하는 소리가 들렸다. 엇이 살아 있다는 것이 반가워 순간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냉장고도 많이 적요했는지 ‘나 여기 있다’는 소리를 냈다.중년의 주인은 며칠 전 할머니 삼우를 지냈다고 했다. 유품을 치우려면 며칠간의 말미가 필요할 거라고도 했다. 또다시 정적이 부유하는 빛처럼 떠돌았다. 나는 할머니의 작은 소품들에 눈을 보탰다. 「크게는 안 바래요. 그저 보통 사람이면 돼요.」 가장 겸손한 척 가장 욕심 없는 척 이렇게 말했지만 실은 얼마나 욕심을 부렸는지 모른다. 욕심 안 부린다는 말처럼 앙큼한 위선은 없다는 것도 내 경험으로 알 것 같다. 아마 나의 가장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가장 까다로운 조건만 내세워 자식들의 배우자를 골랐더라면 생전 시집 장가 못 보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제 마음에 드는 짝을 제각기 찾아 내서 부모의 승낙을 받고 슬하를 떠났으니 큰 효도한 셈이다. 아직도 보내야 할 자식이 남아 있긴 하지만 보통 사람을 찾는 일은 그만두기로 한 지 오래다. 친구를 사귈 때는 너무 똑똑한 사람은 어쩐지 접근하기가 망설여진다. 상대방에게서도 만만한 데가 보여야 이쪽의 약점과 상쇄가 가능해서 허물없이 교분을 나눌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저쪽이 빈틈이 없는 사람이라면 항상 이쪽이 못난 놈이라고 비칠 것같아 싫을 밖에. 예진스님이 차려준 점심공양 상에 소쿠리 가득한 상추쌈은 정말 풍성했고 날된장 맛은 기가 막힐 만큼 좋았다. 음력 칠월 백중 지나고 한 사흘 뒤 달이 뜰 무렵 신선암에 올라 달빛이 때의 그 달빛 냄새를 코를 킁킁거리며 맡아보고 싶다.몸은 산에서 내려왔는데 마음이 하산하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주말마다 동도 트지 않은 이른 시간 집을 나서면 온종일 산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랬던 내가 올해는 묵언수행이라도 하듯 텃밭 잡초만 뽑았다. 지난 오월 하순께 딱 하루 산엘 갔었다. 야생에서는 여간해서 보기 힘들게 된 복주머니난이 내가 사는 양구 모처 산에 있다는 지인 연락을 받고서였다. 새벽같이 서울에서 달려온 일행과 함께 임도를 따라 정상 가까이 올라간 후 차에서 내려 다시 한참을 오르락내리락 길도 없는 숲을 헤쳐 나갔다. 그렇게 천신만고 끝에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된 복주머니난이 바로 눈앞에 군락으로 펼쳐진 장관을 만났다. 용케 사람의 탐욕으로부터 비껴간 곳, 꿈이라기엔 너무 황홀했고 생시라기엔 너무 벅찼다. 간혹 들려오는 새소리, 나무숲 사이 햇살 몇 줌, 가쁘게 몰아쉬는 세 사람 숨소리만이 숲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우리는 말없이 각자 흩어져 잠시 지상으로 내려온 월궁항아인양 수줍게 피어난 복주머니난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렇게 꿈결 같았던 반나절 산행에서 내려오는 길, 다함께 약속이라도 한 듯 말했다. 두 번 다시 이곳을 찾지 말자고, 오늘 자생지는 영원히 비밀이라고. 그 산행을 마지막으로 나는 정말 하산했다. 야생화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꽃쟁이라고 부른다. 오랫동안 나도 꽃쟁이였다. 세상이 좋아지고 먹고 살만해지면서 카메라는 더 이상 특정한 사람들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다. 오래전 나도 렌즈교환 식 카메라와 접사렌즈를 장만했다. 그리고 산을 다니며 야생화를 찍었다. 찍어온 사진을 동호회에서 공유하는 일도 재미있었고 무엇보다 몰랐던 꽃을 배우는 즐거움은 결혼 후 오랫동안 가라앉아 있던 내 삶을 춤추게 했다. 꽃은 물론이고 새와 곤충, 동물, 자연생태와 환경에 이르기까지 관심분야가 넓어진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꽃쟁이로서 산에 올라 살아있는 모든 생명의 축복을 마음껏 누렸던 지난 10여년은 어쩌면 내 인생의 화양연화花樣年華였을지도모른다. 문제는 몇 년 전부터 시름시름 여위어가는 산의 속살이 눈에 들어오면서부터였다. 해가 바뀔 때마다 왠지 예전 같지 않은 산의 신음소리가 희미하게나마 들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어쩌면 산은 이미 오래전부터 앓고 있었는데 그동안 희희낙락 즐거움에 빠져 알아차리지 못했을 그 소리가 나는 목에 걸린 가시처럼 내내 불편했다. 그러던 차에 올해 이른 봄 일부 얼빠진 진사들이 시화호 주변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로 겹치기 지정된 수리부엉이 둥지를 찍겠다며 둥지 앞 나무를 훤하게 잘라내고 밤늦도록 플래시를 펑펑 터뜨린 사건이 크게 보도됐다. 다른 맹금류나 천적으로부터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은폐된 곳에 둥지를 지은 수리부엉이 가족에게 아닌 밤중 날벼락이 떨어진 셈인데 나 역시 카메라를 들고 다닌다는 사실 때문에 공연히 도둑놈처럼 발이 저렸다. 몇 년 전에는 원하는 구도를 얻겠다며 수백 년 된 금강송 몇 십 그루를 베어낸 사진가도 있었는데 이런 사건들이 보도를 통해 세간에 드러나는 것은 극히 빙산의 일부다. 자연을 학대하며 연출해서 만들어내는 사진은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들 지경이다. 꽃쟁이들 중에도 귀한 꽃일수록 사진을 찍은 후 다른 사람이 찍지 못하게 꽃대를 꺾어 버리거나 아예 훼손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오늘날 많은 동, 식물들이 멸종위기에 놓이게 된 이유는 이렇듯 삿된 욕심에 눈 먼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단단히 한 몫 했다. 꽃도 보고 건강도 챙기는 일거양득 취미라 여기며 룰루랄라 산을 누볐던 지난날들을 곰곰 뒤돌아보았다. 나만은 절대 아니라고 부인하고 싶지만 어떤 형태로든 자연을 망가뜨리는데 일조했던 내 모습이 보였고 다른 사람들만 원망하며 분노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그동안 내 목에 걸려있던 가시는 '너나 잘 하세요'라는 산의 경고였음을 스스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산은 오랜 시간 분신처럼 사랑했던 카메라를 내려놓아야 하는 일이기에 적잖이 갈등했지만 나는 결국 결심했다. 그리고 행여 마음 변할세라 동호회부터 탈퇴했다. 최근에도 지인으로부터 함백산 꽃 탐사를 가자는 문자를 받았지만 답을 하지 않았다. 약하기 때문이겠지. 사는 데 자신이 없는 까닭이겠지. 생존경쟁에 늘 처지기 때문이겠지. 12.gif
못 견딜 일을 견디고 버티어야 하는 황소의 기인 울음, 그 원망도 탄식도 빨려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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